대학 졸업하고 커리어 쌓고 더 좋은 곳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발버둥 치는 20~30대를 보내면서 업무 외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일 에너지가 없었다. 좀 더 빨리 경제 공부를 했더라면 조금 더 여유로웠을까? 이 책은 재테크 공부 막 시작할 때쯤 자본주의를 모르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강사님의 말을 듣고 추천 도서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사회과목이었나 경제 과목이었나 어렴풋이 생각나는 부분 빼고는 내용 자체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나의 경제 지식이 정말 형편없다는 사실에 아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에 현타가 왔었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감정도 들었다. 적어도 자본주의가 어떤 것인지 앞단락에서 설명하는 주요 핵심만이라도 파악해 보길 바라며 글을 쓴다.
저자인 정지은 프로듀서와 고희정 작가는 책을 통해 왜 물가가 오르는지, 월급은 왜 항상 그 자리인지, 자본주의의 대한 본질과 시작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본질을 모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겠다는 것은 아무런 불빛도 없는 깊고 어두운 터널에서
아무 방향으로나 뛰어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을 밝혀줄 불빛이 없으면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가 생긴다.
이것이 그냥 상처만 생기고 마는 일이라면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사회, 바로 그곳이 당신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이다."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싸진다. 그러나 모든 물가는 몇십 년 전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데 공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른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 물가가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물가 상승의 속도를 억제할 수 있지만 낮추거나 고정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양은 끊임없이 많아져야 유지되는 것이니까.
은행은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 낸다>
실제 우리가 실물로 만지는 돈은 전체 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우리가 만질 수 없는 돈, 즉 숫자로만 찍히는 가상의 돈이다. 우리가 흔히 예금을 하면 우리의 돈을 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금고 속에 있던 돈, 즉 누군가가 은행에 예금한 돈을 나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한다. 순진한 생각이다.
돈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은행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100원을 은행에 예금한다면 은행은 10원만 남기고 90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시장은 대출로 인해 90원이라는 새로운 돈이 만들어져 융통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10%의 돈을 남기는 이유는 예금한 고객이 다시 돈을 찾아갈 것을 대비해 은행이 쌓아둬야 하는 돈의 비율이다. 그리고 은행은 일반 시민이 아닌 타 은행에 대출해 줌으로써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찾지는 않는다
대출한 돈은 은행에 없다>
지급준비율은 예금의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절대 은행에 예금한 돈을 한 번에 꺼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모든 예금자가 한꺼번에 맡긴 예금을 찾으러 온다면 은행은 파산하고 만다. 바로 뱅크런이다.
은행가가 된 금세공업자>
영국 금세공업자는 은행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금은 가지고 다니기 무거웠고 불편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을 녹여서 화폐를 제조했고 이것이 일반적인 화폐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금화 역시 집안에 보관하거나 휴대가 힘들어 금세공업자의 금고를 빌렸다. 금세공업자는 커다랗고 튼튼한 금고를 가지고 있었고 마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을 맡기고 금 보관증을 교환하였다. 언제든 다시 금화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세공업자 입장에서 금화를 한 번에 모두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로 했다. 이런 행위가 들통나자 대출이자를 나눠주겠다고 설득하였고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는 금화의 규모도 모른 채 금 보관증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금화의 이자수입까지 받아낼 수 있었고 얼마가지 않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은행업자로 대변신을 할 수 있었다. 금세공업자가 본격적인 은행업자로 대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영국왕실이었다. 오랜 전쟁으로 많은 금화가 필요했던 영국 왕실은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허락해 주었다. 은행의 이름에 흔히 들어간 'Chartered'라는 말은 바로 '면허받은', '공인된'이라는 뜻이다.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은행>
결국 은행은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 가는 회사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의 역할>
중앙은행의 역할은 시중의 통화량, 즉 돈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돈이 지나치게 부족해지거나 너무 많아지면 본격적으로 개입해 이 상태를 바로잡는 것이다. 이자율(기준금리)을 통제하는 것이다.
통화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하는 다른 방법은 직접 화폐를 찍어내는 일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양적완화'였을 것이다. 양적완화를 단행했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더 많이 찍어냈다는 의미다.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가 없다>
이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돈이다. 왜냐면 개념적으로 생겨난 돈이 기 때문이다. 대출 후 빌린 이자를 갚기 위해서는 화폐를 또 찍어내야 한다.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 이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지만,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스스로도 화폐를 찍어내면서 통화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돈의 양을 늘리면서 인플레이션에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위기가 온다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는 없다>
돈의 양이 늘어나 물가 상승이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나게 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호황의 끝에는 불황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반복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통화량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뒤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해서 만들어낸 돈이 아니다.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다.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
이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는 말, 곧 누군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내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늘어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부도사태가 속출하고 파산이 늘어난다. 동시에 통화량도 계속해서 줄어든다. 통화팽창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추락할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생존을 꿈꾸어야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은행은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해 준다
빚이 없으면 돈도 없다>
빚지지 말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빚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로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악이라고 알아왔던 빚이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선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이 '빚'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바로 이것 때문에 파멸에 이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비밀>
서브프라임은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였다. 돈이 별로 없던 저신용자들이 고급 주택을 구매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큰돈을 쉽게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은 이자가 높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원금도 재빨리 회수하고 높은 이자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어느 순간 거품이 터져버렸고,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은행가를 위한 은행가에 의한 시스템>
돈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한 은행에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은행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 즉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은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저신용자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보통 기업에서도 상품이 계속 팔려야만 유지되듯이 은행의 상품은 대출을 의미한다. 돈이 많아진 고신용자들은 대출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 결국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상품을 팔아야 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차원이 아니다. 그들이 동정심이 있어서 또는, 가혹한 현실에 처한 저신용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이미 자본주의 체제 안에 내재된 법칙이며, 또한 약자를 공멸로 몰아가는 비정한 원리다.
달러를 찍어내는 FRB는 민간은행이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가 감기 걸린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석유, 철광석, 나무, 거의 다 수입한다. 이런 자원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국제 거래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을 기축통화라고 하는데, 달러가 바로 기축통화인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수많은 돈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돈은 달러인 것이다. 전 세계 통화의 25%를 찍어내는 미국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달러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
1944년 미국을 중심으로 44개 연합국의 대표가 모여 무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을 맺었다.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구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킨 것이다. 이때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시점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각국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하는 요구가 많아진 것이다. 그로 인해 미국의 금 보유량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못하자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달러의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수세에 몰린 미국은 1971년 더 이상 달러와 금을 바꿔 줄 수 없음을 알리는 '금태환제'를 철폐하기로 선언하였다. 이것은 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의 출현이었고,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라고 부르는 곳에서 발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중앙은행이긴 하지만 정부기관이 아니고 순수한 민간은행이다. 은행을 위한 민간 은행의 연합조직이다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른 이익을 얻을 뿐이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극소수의 금융자본가들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기관이 약자를 배려하고,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자본의 탐욕>
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오히려 부추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이미 버블상태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런데 2000년 6.5%였던 금리를 수차례 낮추면서 1.75%까지 낮춘다. 금리가 낮으니 사람들은 쉽게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희망을 가지게 됐고, 이것이 결국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과도한 투기 열풍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빚이 많아져야 수익이 많아진다는 은행의 원칙에서 본다면 이 같은 FRB의 금리인하 정책은 곧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자신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큰 그림 안에서 돈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지갑 속 돈이 사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통화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그 첫 번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빚으로 만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우리의 잘못도 크다. 분명한 건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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